인권위, 방역 목적의 면회·외출 제한은 내부 지침 수립해 공정히 적용돼야
산책과 운동 등 건강권 보장의 최소 기준도 병원이 마련 필요
국가인권위원회. (c)연합뉴스.
김민우(가명·49) 씨는 지난해 5월, 심리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스스로 서울의 한 정신병원에 자의입원했다. 입원 당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해서 병원 1층 격리실에서 하루를 보낸 후 음성 증상이 나오면서 3층 병실로 입원할 수 있었다. 개인 정신병원인 그곳에서 민우 씨는 밖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병원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그곳은 야외 활동을 할 수 있는 운동장도 없었다.
할 수 없이 민우 씨는 병동 복도를 왔다갔다하는 걸로 신체 활동을 대신해야 했다. 스마트폰마저 소지가 금지돼 병원 매점에서 산 전화카드로 집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와 안부를 전하는 게 바깥 세상과의 유일한 소통 방법이었다.
병동에는 민우 씨보다 오랜 시간 입원해 있는 환자들이 많았다. 이들은 오랜 병원 생활로 가난했고 전화카드를 살 돈도 없어 민우 씨에게 카드를 빌려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민우 씨는 종종 이들에게 전화카드를 빌려줬다. 자의입원이었기에 언제든 그는 퇴원신청을 할 수 있었다. 민우 씨는 코로나19가 막아버린 사람과 사람의 대면 만남이 정지된 시간을 민낯으로 마주해야 했다.
민우 씨는 “병동 생활하는 동안 내가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았다”라며 “섬 같은 공간에서 오히려 더 병이 날 것 같아 2주 동안만 있다가 퇴원 신청해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특히 “병동의 20~30대 청년들이 집에 가고 싶어하고 가족을 만나고 싶어해 울거나 병원 측에 항의하면 그럴 때마다 독방에 가둬졌다”며 “대면 면회가 일절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안은 막막한 고독의 장소로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정신병원의 대면 면회가 곳곳에서 제한되거나 전면 금지되고 있다. 올해 초중반 코로나19의 대중 감염력이 약화돼 병원의 면회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였지만 최근 재유행의 기세가 강해지면서 정신병원이나 정신병동의 가족, 지인과의 면회가 거부되거나 금지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코로나19 감염병 유행기에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들의 면회가 전면 불허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신체 운동 등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28일 냈다.
인권위는 지난 15일에도 보건복지부장관에 치료 목적의 면회·외출 제한은 정신건강 전문의 판단에 따르되 방역 목적의 면회·외출 제한은 일관되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이뤄지도록 정신병원이 ‘코로나19 관련 면회·외출 내부지침’을 자체 수립해 수행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는 “방역 목적으로 부득이 방문 면회를 제한할 때는 화상면회, 영상통화 등 대안적 수단이 활용될 수 있도록 지도하라”며 “입원환자의 산책·운동이 지나치게 제한되지 않도록 최소 기준을 마련할 것”을 정신의료기관들에 안내하도록 했다.
(광주=연합뉴스) 차지욱 기자 =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요양병원·시설, 정신병원·시설의 대면 면회가 금지된 25일 오전 광주 북구 동행요양병원에서 한 입소자 가족이 비대면 면회를 하고 있다. 2022.7.25
지난해 12월, 인권위는 전국 14개 정신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방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코로나19 집단감염 위험은 모든 정신의료기관에 똑같이 존재하지만 면회·외출·산책 등 입원환자의 권리 제한 방식은 병원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면회는 정신건강복지법이 보장하는 환자의 기본 권리이지만 조사대상 병원 14곳 중 6곳만이 방문면회를 허용했고, 그마저도 면회 대상을 임의로 제한해 가족 외에는 면회를 불허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지난 2년간 방문면회를 포함해 화상면회, 영상통화까지 모두 제한한 병원도 2곳 있었다.
외부 산책의 경우 대부분의 병원에서 매일 30분~1시간씩 허용하고 있지만 주로 옥상 및 건물 테라스로 한정돼 신체운동과 충분히 연계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외출 역시 방역 목적과 치료 목적이 혼재돼 일관성 없이 허용되거나 금지되는 등 인권 침해 우려를 낳을 수 있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현재 교정시설 수용자의 경우 수용관리 및 계호업무 지침에 따라 매일 30분 내지 1시간 이내의 운동을 보장하고 있다. 정신의료기관 역시 산책·운동에 관한 최소기준을 마련해 입원환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권을 함께 보장해야 한다는 게 인권위 판단이다.
인권위는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는 그 침해를 최소화하는 범위 안에서 일관되고 공정한 기준을 적용해야 마땅하다”며 “이를 위해 각가의 병원별로 코로나19와 관련된 면회·외출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 방역 목적의 면회·외출 제한은 내부 지침 수립해 공정히 적용돼야
산책과 운동 등 건강권 보장의 최소 기준도 병원이 마련 필요
국가인권위원회. (c)연합뉴스.
김민우(가명·49) 씨는 지난해 5월, 심리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스스로 서울의 한 정신병원에 자의입원했다. 입원 당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해서 병원 1층 격리실에서 하루를 보낸 후 음성 증상이 나오면서 3층 병실로 입원할 수 있었다. 개인 정신병원인 그곳에서 민우 씨는 밖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병원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그곳은 야외 활동을 할 수 있는 운동장도 없었다.
할 수 없이 민우 씨는 병동 복도를 왔다갔다하는 걸로 신체 활동을 대신해야 했다. 스마트폰마저 소지가 금지돼 병원 매점에서 산 전화카드로 집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와 안부를 전하는 게 바깥 세상과의 유일한 소통 방법이었다.
병동에는 민우 씨보다 오랜 시간 입원해 있는 환자들이 많았다. 이들은 오랜 병원 생활로 가난했고 전화카드를 살 돈도 없어 민우 씨에게 카드를 빌려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민우 씨는 종종 이들에게 전화카드를 빌려줬다. 자의입원이었기에 언제든 그는 퇴원신청을 할 수 있었다. 민우 씨는 코로나19가 막아버린 사람과 사람의 대면 만남이 정지된 시간을 민낯으로 마주해야 했다.
민우 씨는 “병동 생활하는 동안 내가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았다”라며 “섬 같은 공간에서 오히려 더 병이 날 것 같아 2주 동안만 있다가 퇴원 신청해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특히 “병동의 20~30대 청년들이 집에 가고 싶어하고 가족을 만나고 싶어해 울거나 병원 측에 항의하면 그럴 때마다 독방에 가둬졌다”며 “대면 면회가 일절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안은 막막한 고독의 장소로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정신병원의 대면 면회가 곳곳에서 제한되거나 전면 금지되고 있다. 올해 초중반 코로나19의 대중 감염력이 약화돼 병원의 면회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였지만 최근 재유행의 기세가 강해지면서 정신병원이나 정신병동의 가족, 지인과의 면회가 거부되거나 금지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코로나19 감염병 유행기에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들의 면회가 전면 불허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신체 운동 등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28일 냈다.
인권위는 지난 15일에도 보건복지부장관에 치료 목적의 면회·외출 제한은 정신건강 전문의 판단에 따르되 방역 목적의 면회·외출 제한은 일관되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이뤄지도록 정신병원이 ‘코로나19 관련 면회·외출 내부지침’을 자체 수립해 수행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는 “방역 목적으로 부득이 방문 면회를 제한할 때는 화상면회, 영상통화 등 대안적 수단이 활용될 수 있도록 지도하라”며 “입원환자의 산책·운동이 지나치게 제한되지 않도록 최소 기준을 마련할 것”을 정신의료기관들에 안내하도록 했다.
(광주=연합뉴스) 차지욱 기자 =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요양병원·시설, 정신병원·시설의 대면 면회가 금지된 25일 오전 광주 북구 동행요양병원에서 한 입소자 가족이 비대면 면회를 하고 있다. 2022.7.25
지난해 12월, 인권위는 전국 14개 정신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방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코로나19 집단감염 위험은 모든 정신의료기관에 똑같이 존재하지만 면회·외출·산책 등 입원환자의 권리 제한 방식은 병원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면회는 정신건강복지법이 보장하는 환자의 기본 권리이지만 조사대상 병원 14곳 중 6곳만이 방문면회를 허용했고, 그마저도 면회 대상을 임의로 제한해 가족 외에는 면회를 불허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지난 2년간 방문면회를 포함해 화상면회, 영상통화까지 모두 제한한 병원도 2곳 있었다.
외부 산책의 경우 대부분의 병원에서 매일 30분~1시간씩 허용하고 있지만 주로 옥상 및 건물 테라스로 한정돼 신체운동과 충분히 연계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외출 역시 방역 목적과 치료 목적이 혼재돼 일관성 없이 허용되거나 금지되는 등 인권 침해 우려를 낳을 수 있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현재 교정시설 수용자의 경우 수용관리 및 계호업무 지침에 따라 매일 30분 내지 1시간 이내의 운동을 보장하고 있다. 정신의료기관 역시 산책·운동에 관한 최소기준을 마련해 입원환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권을 함께 보장해야 한다는 게 인권위 판단이다.
인권위는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는 그 침해를 최소화하는 범위 안에서 일관되고 공정한 기준을 적용해야 마땅하다”며 “이를 위해 각가의 병원별로 코로나19와 관련된 면회·외출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