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관계로 13년 살았는데...남편 불법 강제입원 막을 권한 없다고 해
경미한 공황장애에 자·타해 위험 없는데 사설 구급대가 강제입원시켜
강제입원 위해 원주서 김해까지 오는 구급대 차 안에서 신체 폭행당해
은영 씨, 남편 행방 몰라...경찰에 문의하니 사실혼 배우자라 정보 제공 거절
병원도 은영 씨가 보호자 아니라며 남편 소재 함구...법적 대응하겠다니 알려줘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위서 기자회견 “사설 구급대 불법 이송 근절”
위기 정신질환자의 공공 이송체계 구축 권고 진정서 인권위에 제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21일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불법 사설 구급대의 강제입원과 구금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c)마인드포스트.
조은영(여·가명·50) 씨는 지난 2009년에 10살 연하의 남성 A(40)씨를 만나 가정을 꾸렸다. 혼인 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로 13년을 함께 보냈다.
결혼 당시 A씨 부모는 혼인을 반대했지만 A씨의 의지가 너무 확고해 포기하고 이후 별다른 연락 없이 지냈다.
A씨는 경미한 공황장애를 갖고 있었으나 통원 치료만으로 관리가 가능했고 일상생활 유지에도 어려움이 없었다. 질환으로 인해 자해나 타해를 한 경우도 없었다. 은영 씨는 A씨와 강원도 원주시에서 함께 살았고 부부 관계 또한 원만해 주변에서는 ‘잉꼬부부’라고 칭했다.
◆…불법 사설 구급대원들이 환자 집단 폭행...불법 입원의 민낯
사건이 터진 건 올해 6월 초순이다. 은영 씨와 A씨는 어떤 문제로 크게 다퉜다. 은영 씨는 “이대로는 같이 살 수 없다”며 이별을 통보했고 충격을 받은 A씨는 공황장애로 처방받은 약을 과다 복용해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했다. A씨는 소원했던 부산의 부모님에게 전화를 해 “자살하려고 한다”고 말했고 부모는 당일로 원주에 올라와 경찰과 소방관까지 대동해 A씨를 만났다. 자살 기도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A씨 부모는 은영 씨와 헤어지도록 하기 위해 아들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킬 계획을 세웠다. 부모는 자살 시도 사건 이틀 후, 오후 6시 무렵 사설 구급대를 A씨 거주지로 불렀다. 구급대원 두 명은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한다”며 A씨를 구급차에 강제로 태웠다. 당시 함께 있던 은영 씨는 이상한 느낌을 받아 “타지 말라”고 외쳤지만 이미 건장한 사설 대원들의 힘에 의해 짐짝처럼 구급차에 끌려들어간 후였다.
‘납치’를 당한 A씨는 구급차 안에서 구급대원 한 명의 신체를 깨물어 상해를 입혔다. 그러자 두 구급대원은 원주에서 경남 김해의 한 정신병원으로 가는 내내 A씨를 집단 폭행했다.
하지만 부모는 A씨가 상해를 입혔다며 오히려 구급대원들에 손해배상 명목으로 1000만 원을 지급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변호사는 “이 상해는 부당한 납치에 대한 피해자의 정당방위였으므로 피해자는 손해배상을 할 의무가 없었다”며 “지급하지 않아도 될 돈을 (부모가) 지급했다는 것은 사실상 납치의 대가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A씨는 강제입원 당한 6월 19일 밤 10시 무렵, 은영 씨에게 전화를 걸어 병원 이름과 구급대원에 의한 집단 폭행을 설명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21일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불법 사설구급대의 감금과 강제입원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이후 같은 달 25일까지 은영 씨와 지속적으로 통화를 했다. 당시 그는 “강제입원 된 지 일주일이 되어가는데도 의사와 한 번도 만난 본 적이 없다”며 “퇴원시켜 달라고 하면 지금 의사가 없어서 퇴원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A씨는 퇴원 등 처우개선 심사청구를 진행했다고도 말했다. 이 신청은 향후 심사에서 떨어졌다.
A씨는 이후 별다른 연락이 없다가 7월 16일 약에 취한 목소리로 은영 씨에게 전화해 “나 계속 여기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며 “약을 하도 먹었더니 머리가 너무 아프고 미친 X들 사이에 있으니 나도 미쳐버린 거 같다. 모르겠다. 그냥 여기 살련다”라고 말했다. 은영 씨와의 마지막 통화였다.
◆…강제입원 일주일 지나도 의사도 못 봐...병원, 사실혼 관계라며 남편 소재 제공도 거부
한편 은영 씨는 A씨 부모로부터 A씨와 헤어질 것을 강요받았다. 부모는 “(아들을) 찾지 못할 곳에 보낼 것이므로 헤어지라”고 말했다. 이들은 A씨 명의로 돼 있던 공동재산을 은영 씨가 사용할 수 없도록 정지시키고 핸드폰도 정지시켰다. 은영 씨를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의도였다.
은영 씨는 A씨가 입원 후 신변을 알 수 없는 상황과 그간의 통화 내역을 토대로 A씨가 불법적인 강제입원을 당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정신병원에 전화를 걸어 입원 절차의 불법성을 지적하며 면회를 요구했고 원주의 경찰서에도 실종 신고를 했다.
하지만 경찰서 측은 “입원은 부모가 시킨 것이고 (은영 씨는) 사실혼 배우자에 불과해 실종신고를 할 수 없다”는 답변을 했다. 실종 신고 접수조차 받아주지 않았다.
병원 측 역시 “A씨가 이미 퇴원했고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며 면회를 거부했다. 은영 씨는 두 달이 넘도록 A씨의 행방을 알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초조하게 지내는 중이다.
이 사건에 대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연구소는 정신건강복지법 제43조가 ‘자·타해 위험성’을 강제입원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A씨의 경우 경미한 공황장애만 있었고 자·타해 위험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설 구급대가 자·타해 상황을 자의적으로 판단해 불법 강제입원 시켰다는 판단이다.
또 A씨의 신원조차 파악할 수 없도록 한 행위는 헌법의 행복추구권, 신체의 자유, 거주·이전을 박탈한 기본권의 침해이며 정신건강복지법 상의 보호입원 제도를 사적 용도로 사용해 형법의 중체포·중감금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특히 지난 14일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거부하던 30대 남성이 사설 구급대원들에게 제압당하는 중 심정지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공공 이송체계가 없는 현 상황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 판례는 사설 구급대원에 의한 병원 이송은 불법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21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21일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불법 이송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김도희 서울시사회복지공익법센터장(변호사)은 “책임을 가지고 공공 이송을 할 경찰과 구급대원이 움직이지 않는 현실”이라며 “입원 비용 문제, 행정력 문제, 서비스 예산 문제로 (공공 이송의) 대안적 방안들은 기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설 구급대에 의한 입원은 불법...정부가 공공이송체계 방치하고 있어
김 센터장은 “요즘은 사설 응급이송단에 의한 이송은 입원을 거부하는 병원이 있고 정부도 보호입원과 보호의무자 제도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며 “불법성을 수반하는 보호입원과 강제치료, 강박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견에 참여한 은영 씨는 “구제신청을 위해 법원에 문의를 해 보니 사실혼 관계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며 “13년을 함께 살았지만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병원에 통화하니 처음에는 보호자가 아니기 때문에 언제 퇴원했는지를 알려줄 수 없다고 해서 당신들과 이 문제로 법정으로 가고 싶지 않다고 하니 퇴원 날짜를 알려줬다”며 “하지만 현재 생사도, 거주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재완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활동가는 “87년 체제 이후 우리 사회의 각 부분이 민주화되고 인권 지향적이고 선진화되고 있다”며 “하지만 유독 정신장애인의 인권만은 전두환 정부 때의 형제복지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센터 이돈현 활동가도 “코로나 검사를 하자며 피해자를 속여서 유인하고 저항하자 집단 폭행했다”며 “이런 범죄 행위를 사실상 합법화하는 법 조항이 존재하는 한 이런 일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강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신건강권리옹호센터장은 성명을 통해 “(이 사건은) 가족의 입원 신청으로 강제입원이 이뤄지는 보호입원 제도 하에서 정신장애 문제를 방관하고 방치한 정부 당국에 의해 활개치는 불법적인 사설 구급대에 의해 이뤄진 일”이라고 규탄했다.
그는 “응급한 상황에서 정신질환자를 병원까지 옮기는 ‘이송’은 경찰과 소방에 의해 이뤄져야 적법하다”며 “보호입원에서의 이송 문제는 국가가 방관하는 사이 사설구급대의 전유물이 됐다”고 지적했다.
임봉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신건강권리옹호센터 변호사(왼쪽)와 은영 씨가 21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이어 “법적 근거도, 매뉴얼도 없는 상황에서 자격도 없고 훈련도 안 된 보호사들이 함부로 사람을 잡아다 가두는 인신매매나 다름없는 상황들이 반복돼 왔다”고 비판했다.
◆…보호입원 제도는 불법 사설 구급대가 활개치도록 유도해
김 센터장은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가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보호의무자 제도와 감금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보호입원 제도를 폐지할 것을 요청한다”며 “위기 정신질환자에 대한 공공 이송체계를 구축할 것을 권고해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아울러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도 불법 입원이 남용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할 것은 촉구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신건강복지법에 규정된 입원 제도에 대해 최종적 책임을 지도록 규정돼 있다.
연구소는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해 사사로이 보호입원 제도가 인신매매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것과 공공 이송 체계를 마련하고 사설 구급대에 의한 불법 이송을 근절하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연구소는 기자회견 후 임봉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신건강권리옹호센터 변호사를 통해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사실혼 관계로 13년 살았는데...남편 불법 강제입원 막을 권한 없다고 해
경미한 공황장애에 자·타해 위험 없는데 사설 구급대가 강제입원시켜
강제입원 위해 원주서 김해까지 오는 구급대 차 안에서 신체 폭행당해
은영 씨, 남편 행방 몰라...경찰에 문의하니 사실혼 배우자라 정보 제공 거절
병원도 은영 씨가 보호자 아니라며 남편 소재 함구...법적 대응하겠다니 알려줘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위서 기자회견 “사설 구급대 불법 이송 근절”
위기 정신질환자의 공공 이송체계 구축 권고 진정서 인권위에 제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21일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불법 사설 구급대의 강제입원과 구금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c)마인드포스트.
조은영(여·가명·50) 씨는 지난 2009년에 10살 연하의 남성 A(40)씨를 만나 가정을 꾸렸다. 혼인 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로 13년을 함께 보냈다.
결혼 당시 A씨 부모는 혼인을 반대했지만 A씨의 의지가 너무 확고해 포기하고 이후 별다른 연락 없이 지냈다.
A씨는 경미한 공황장애를 갖고 있었으나 통원 치료만으로 관리가 가능했고 일상생활 유지에도 어려움이 없었다. 질환으로 인해 자해나 타해를 한 경우도 없었다. 은영 씨는 A씨와 강원도 원주시에서 함께 살았고 부부 관계 또한 원만해 주변에서는 ‘잉꼬부부’라고 칭했다.
◆…불법 사설 구급대원들이 환자 집단 폭행...불법 입원의 민낯
사건이 터진 건 올해 6월 초순이다. 은영 씨와 A씨는 어떤 문제로 크게 다퉜다. 은영 씨는 “이대로는 같이 살 수 없다”며 이별을 통보했고 충격을 받은 A씨는 공황장애로 처방받은 약을 과다 복용해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했다. A씨는 소원했던 부산의 부모님에게 전화를 해 “자살하려고 한다”고 말했고 부모는 당일로 원주에 올라와 경찰과 소방관까지 대동해 A씨를 만났다. 자살 기도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A씨 부모는 은영 씨와 헤어지도록 하기 위해 아들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킬 계획을 세웠다. 부모는 자살 시도 사건 이틀 후, 오후 6시 무렵 사설 구급대를 A씨 거주지로 불렀다. 구급대원 두 명은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한다”며 A씨를 구급차에 강제로 태웠다. 당시 함께 있던 은영 씨는 이상한 느낌을 받아 “타지 말라”고 외쳤지만 이미 건장한 사설 대원들의 힘에 의해 짐짝처럼 구급차에 끌려들어간 후였다.
‘납치’를 당한 A씨는 구급차 안에서 구급대원 한 명의 신체를 깨물어 상해를 입혔다. 그러자 두 구급대원은 원주에서 경남 김해의 한 정신병원으로 가는 내내 A씨를 집단 폭행했다.
하지만 부모는 A씨가 상해를 입혔다며 오히려 구급대원들에 손해배상 명목으로 1000만 원을 지급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변호사는 “이 상해는 부당한 납치에 대한 피해자의 정당방위였으므로 피해자는 손해배상을 할 의무가 없었다”며 “지급하지 않아도 될 돈을 (부모가) 지급했다는 것은 사실상 납치의 대가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A씨는 강제입원 당한 6월 19일 밤 10시 무렵, 은영 씨에게 전화를 걸어 병원 이름과 구급대원에 의한 집단 폭행을 설명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21일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불법 사설구급대의 감금과 강제입원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이후 같은 달 25일까지 은영 씨와 지속적으로 통화를 했다. 당시 그는 “강제입원 된 지 일주일이 되어가는데도 의사와 한 번도 만난 본 적이 없다”며 “퇴원시켜 달라고 하면 지금 의사가 없어서 퇴원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A씨는 퇴원 등 처우개선 심사청구를 진행했다고도 말했다. 이 신청은 향후 심사에서 떨어졌다.
A씨는 이후 별다른 연락이 없다가 7월 16일 약에 취한 목소리로 은영 씨에게 전화해 “나 계속 여기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며 “약을 하도 먹었더니 머리가 너무 아프고 미친 X들 사이에 있으니 나도 미쳐버린 거 같다. 모르겠다. 그냥 여기 살련다”라고 말했다. 은영 씨와의 마지막 통화였다.
◆…강제입원 일주일 지나도 의사도 못 봐...병원, 사실혼 관계라며 남편 소재 제공도 거부
한편 은영 씨는 A씨 부모로부터 A씨와 헤어질 것을 강요받았다. 부모는 “(아들을) 찾지 못할 곳에 보낼 것이므로 헤어지라”고 말했다. 이들은 A씨 명의로 돼 있던 공동재산을 은영 씨가 사용할 수 없도록 정지시키고 핸드폰도 정지시켰다. 은영 씨를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의도였다.
은영 씨는 A씨가 입원 후 신변을 알 수 없는 상황과 그간의 통화 내역을 토대로 A씨가 불법적인 강제입원을 당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정신병원에 전화를 걸어 입원 절차의 불법성을 지적하며 면회를 요구했고 원주의 경찰서에도 실종 신고를 했다.
하지만 경찰서 측은 “입원은 부모가 시킨 것이고 (은영 씨는) 사실혼 배우자에 불과해 실종신고를 할 수 없다”는 답변을 했다. 실종 신고 접수조차 받아주지 않았다.
병원 측 역시 “A씨가 이미 퇴원했고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며 면회를 거부했다. 은영 씨는 두 달이 넘도록 A씨의 행방을 알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초조하게 지내는 중이다.
이 사건에 대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연구소는 정신건강복지법 제43조가 ‘자·타해 위험성’을 강제입원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A씨의 경우 경미한 공황장애만 있었고 자·타해 위험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설 구급대가 자·타해 상황을 자의적으로 판단해 불법 강제입원 시켰다는 판단이다.
또 A씨의 신원조차 파악할 수 없도록 한 행위는 헌법의 행복추구권, 신체의 자유, 거주·이전을 박탈한 기본권의 침해이며 정신건강복지법 상의 보호입원 제도를 사적 용도로 사용해 형법의 중체포·중감금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특히 지난 14일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거부하던 30대 남성이 사설 구급대원들에게 제압당하는 중 심정지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공공 이송체계가 없는 현 상황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 판례는 사설 구급대원에 의한 병원 이송은 불법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21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21일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불법 이송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김도희 서울시사회복지공익법센터장(변호사)은 “책임을 가지고 공공 이송을 할 경찰과 구급대원이 움직이지 않는 현실”이라며 “입원 비용 문제, 행정력 문제, 서비스 예산 문제로 (공공 이송의) 대안적 방안들은 기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설 구급대에 의한 입원은 불법...정부가 공공이송체계 방치하고 있어
김 센터장은 “요즘은 사설 응급이송단에 의한 이송은 입원을 거부하는 병원이 있고 정부도 보호입원과 보호의무자 제도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며 “불법성을 수반하는 보호입원과 강제치료, 강박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견에 참여한 은영 씨는 “구제신청을 위해 법원에 문의를 해 보니 사실혼 관계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며 “13년을 함께 살았지만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병원에 통화하니 처음에는 보호자가 아니기 때문에 언제 퇴원했는지를 알려줄 수 없다고 해서 당신들과 이 문제로 법정으로 가고 싶지 않다고 하니 퇴원 날짜를 알려줬다”며 “하지만 현재 생사도, 거주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재완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활동가는 “87년 체제 이후 우리 사회의 각 부분이 민주화되고 인권 지향적이고 선진화되고 있다”며 “하지만 유독 정신장애인의 인권만은 전두환 정부 때의 형제복지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센터 이돈현 활동가도 “코로나 검사를 하자며 피해자를 속여서 유인하고 저항하자 집단 폭행했다”며 “이런 범죄 행위를 사실상 합법화하는 법 조항이 존재하는 한 이런 일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강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신건강권리옹호센터장은 성명을 통해 “(이 사건은) 가족의 입원 신청으로 강제입원이 이뤄지는 보호입원 제도 하에서 정신장애 문제를 방관하고 방치한 정부 당국에 의해 활개치는 불법적인 사설 구급대에 의해 이뤄진 일”이라고 규탄했다.
그는 “응급한 상황에서 정신질환자를 병원까지 옮기는 ‘이송’은 경찰과 소방에 의해 이뤄져야 적법하다”며 “보호입원에서의 이송 문제는 국가가 방관하는 사이 사설구급대의 전유물이 됐다”고 지적했다.
임봉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신건강권리옹호센터 변호사(왼쪽)와 은영 씨가 21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이어 “법적 근거도, 매뉴얼도 없는 상황에서 자격도 없고 훈련도 안 된 보호사들이 함부로 사람을 잡아다 가두는 인신매매나 다름없는 상황들이 반복돼 왔다”고 비판했다.
◆…보호입원 제도는 불법 사설 구급대가 활개치도록 유도해
김 센터장은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가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보호의무자 제도와 감금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보호입원 제도를 폐지할 것을 요청한다”며 “위기 정신질환자에 대한 공공 이송체계를 구축할 것을 권고해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아울러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도 불법 입원이 남용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할 것은 촉구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신건강복지법에 규정된 입원 제도에 대해 최종적 책임을 지도록 규정돼 있다.
연구소는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해 사사로이 보호입원 제도가 인신매매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것과 공공 이송 체계를 마련하고 사설 구급대에 의한 불법 이송을 근절하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연구소는 기자회견 후 임봉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신건강권리옹호센터 변호사를 통해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